_IT 트렌드

[펌] [칼럼] 한국은 IT강국인가?

분석맨 2010. 12. 24. 07:59
최근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유명하신 Lycos 임정욱대표님의 칼럼입니다.
좀 지난 글이지만, 다시 한번 꼽씹어 볼만하여 올립니다.
다시 한번 느끼는 점이지만, 처음 부터 글로벌 세계 시장을 염두해 두고 접근하지 않으면 근시안적인 생각과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벽에 부딪히는 것 같습니다.

  - Analysi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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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column] 한국은 IT강국인가?
월간 웹 [ w.e.b. ]/월드웹 크리에이티브 | 2009/09/22 16:51

#이번 9월호 특집 중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님께 원고를 청탁드려서 받은 글입니다. 한 번 더 보고 수정해서 보내준다고 하셨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한 마디로 완벽했다는 거죠. 재고의 여지없이 우리가 새겨야 할 말은 여기 다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책에서 처음으로 트위터 주소를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글.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 http://twitter.com/estima7

인터넷산업의 외딴 섬 한국
얼마 전 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의 CEO 교포를 만났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서 한국어가 모국어는 아니지만, 한국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이다. 그분에게 같은 핏줄로서 한국의 IT산업, 인터넷산업이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분 이야기가 재미있다.
얼마 전 일본과 중국의 IT업계를 둘러보고 왔는데 도대체 아무도 한국에 관심이 없더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은 이제 완전히 외부와 단절된 섬 같다는 느낌이다. 내가 만난 중국인, 일본인, 미국인 등 누구나 한국은 아예 관심조차 없고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한국 쪽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업계에서도 해외시장에 도통 관심이 없고 적극적으로 외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IT 강국의 흔적이 사라진 한국
필자는 업무상 해외 인터넷업계인사들을 많이 만나 왔다. 그들은 대개 한국을 방문할 때 ‘세계최고 수준의 IT강국’, ‘모바일 인터넷이 엄청나게 발달한 나라’, ‘혁신적이고 신기한 인터넷서비스들이 넘치고 온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나라’, ‘구글 같은 글로벌서비스가 전혀 기를 펴지 못하는 나라’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에 오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실제로 이들은 인터넷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최신 트렌드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고,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기대는 금새 실망으로 변한다.
그들이 실망스러워 놀라운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웹 2.0 서비스와 ‘아이폰’,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등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그들이 보기에는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는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점유율이 1%가 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이 평범한 일반 휴대폰을 쓰고 있다는 것에도 놀란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사용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의외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감탄할 만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모든 이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쓴다. 그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IT강국, 인터넷대국이라고 알고 왔는데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허명’뿐인 IT강국
해외 관계자들은 한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한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 방문하기 전에 미리 서비스를 써보지 못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실상을 알 길이 없다. 결국, 이들은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이 터진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등 몇 가지 말치레만 남기고 한국을 떠난다. 한국의 서비스를 가져가고 싶다든지 배우고 싶다든지 하는 말은 아예 없다.
일부 친한 외국인들에게는 '그들의 진심'을 듣기도 한다. "진보된 인터넷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이 해외서비스를 베낀 것뿐 아니냐?"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놀랐다". 알면 알수록 '허명뿐인 IT강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바라보면 ‘우물 안 개구리’, ‘폐쇄된 IT강국’ 한국의 모습이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더욱 안쓰러운 점은 대부분 한국의 IT산업이 뒤져있다는 점도 모르고 ‘IT강국’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물론 삼성, LG 전자같은 제조업체가 세계수준의 제품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은 맞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세계수준에 올라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결코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세계와 경쟁할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마이크로 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되어 있어 다양한 운영체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할 사용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실명제’라든지 ‘저작권법’ 등 각종 규제로 창의적인 서비스가 자유롭게 피어날 수 있는 싹을 짓밟고 있다.
더구나 무제한 데이터정액제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폐쇄적인 이동통신사의 정책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모바일인터넷이 전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중국의 성장을 주목하자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요즘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I-mode’를 필두로 독특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든 일본 휴대폰업계지만 단지 국내용에 머무를 뿐 해외에서는 전혀 반응을 얻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다. 자국 휴대폰의 뛰어난 성능과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는 모바일 인터넷업계에 대해 자부심이 가득했지만, 결국 일본 밖으로 나가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삼성, LG에 졌다는 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를 석권한 ‘iPhone’에서 받은 충격이 컸다. 지난해에는 일본 블로고스피어에서 “우리는 왜 아이폰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냐”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을 정도다. 문제는 그래도 일본의 인터넷업계는 한국에 비하면 휠씬 오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야후’, ‘구글’이 양분하는 검색 등 인터넷시장을 놓고 수많은 토종벤처와 해외서비스가 경쟁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해도 손색없을 벤처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시장의 잠재력을 알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들도 활발하게 일본진출을 타진한다.
우리가 낮춰보는 중국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터넷서비스를 롤모델로 삼았던 중국인터넷업계는 이미 미국을 바로 바라보기 시작한 지 오래다. ‘미투서비스’가 판치는 것 같지만 그 위에서 새로운 혁신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반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는 4~5년 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싸이월드’, ‘지식인’, ‘오마이뉴스’ 등으로 해외에서 참고할 만한 인터넷서비스를 내놨던 것도 벌써 한참 전의 이야기.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발로 화제가 되는 인터넷서비스는 거의 몇 년간 전무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국내시장에만 머물러있는 대부분의 한국 IT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전문지식이 없는 관료, 날이 선 기사로 지적을 해주지 못하는 언론인들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야후’, ‘구글’에 이어 ‘아이폰’,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지침 없이 혁신을 쏟아내는 실리콘밸리를 다시 배울 때가 아닌가 싶다.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정쩡한 규모의 내수시장을 가진 한국은 글로벌기업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쉽다(아이폰이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자존심을 버리고 글로벌시장에 우리의 살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했으면 한다.

* 출처: http://www.imblog.co.kr/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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